외국에서 여행을 하는 것과 생활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식사에 관한 것인데요, 저도 일본에 여행으로만 왔을 때는 식당에 가거나 도시락을 사먹거나 하면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후쿠오카에 정착해서 살다 보니 외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매끼 집에서 만들어 먹고있네요.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꼭 장을 보러 가게 되고 가격이 싸다고 하는 슈퍼를 찾아 다니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는 슈퍼는 많지만 시장은 없습니다. 한국도 점점 대형 슈퍼가 들어서면서 재래 시장이 없어지는 형편이지만, 가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나 반찬 등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동네 시장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시장에는 슈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것이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이곳 후쿠오카에 조금 재미있는 풍경의 시장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니시진역에 있는 니시진 상점가인데요, 평범한 시장 분위기에 무엇이 특별한가 봤더니, 오후 시간부터 나타나는 일명 ‘손수레 부대’ 였습니다.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손수레를 끌고 와 상점가 한가운데 세우고 장사를 시작합니다. 손수레에서 팔고 있는 물품은 다양합니다. 할머니가 끌고 오신 수레에는 여러 종류의 채소들이, 할아버지의 수레에는 싱싱한 생선들이, 마음씨 좋게 생긴 아주머니의 수레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가득합니다. 이외에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절인 채소나 반찬, 튀김, 빵 등 다양한 물품을 싣은 손수레가 늘어서 장사를 합니다.
손수레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아주머니께 가격을 물어보며 장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역시 시장은 슈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고 있자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삶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니시진 손수레 부대를 찾아가 보는 것도 즐거운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손수레 부대에서 산 재료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