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인생 촬영을 앞두고...
글쓴이: 정진영 번호 : 20조 회수 : 333 2007.03.03 04:50
다들 잘 계시지요. 이러구러 벌써 3월을 맞이했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
대충 아시겠지만 저는 요즘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 20일 크랭크 인 예정입니다.
이준익 감독님 연출이고, 김윤석씨 김상호씨 등과 함께합니다. 40대의 밴드이야기 이구요. 저는 리드기타를 맡게 되어서 연습중입니다. 원래 통기타를 조금 쳤지만(아주 조금입니다) 전기 기타는 주법과 코드가 달라서 처음부터 하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원래의 제 기타 솜씨가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닌, 집에서 혼자 익힌 거라서(흔히 '야매' 라는 속어를 쓰기도 하지요) ,오히려 새로 배우는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뭐든지 기초와 폼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을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기초없이 쌓아올린 것은 결국 일정한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네요. 몸에 밴 악습을 없애고 새로이 기초를 다지느라 힘듭니다. 어쨌건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기초'를 튼튼히 하시기를...
'매혹'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즐거운 인생' 소식을 들어서 어리둥절 하실 겁니다.
영화란게 그렇습니다. 한참을 준비하다가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안 찍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저도 매혹을 준비한답시고, 한 반년 넘게 몸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살을 좀 뺐습니다. 몸이 가벼워지니 좋더군요. 그런데 '즐거운 인생'에는 너무 홀쭉한게 안 좋아서 다시 조금 찌우고 있습니다. 매혹은 미뤄 놓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촬영을 하겠지요.
작년엔 이래저래 작품을 많이 못했습니다. '태왕사신기'도 기다리다가 촬영이 계속 연기되어 결국 안하게 되었고, 9월부터 스탠바이 했던 매혹도 결국 못 찍었네요.
작년 여름에 찍었던 '번트'는 올 4월 26일 개봉입니다. 영화가 가족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보니, 5월 가정의 달을 겨냥한 개봉이라고 합니다. 그러데 영화 제목이 '날아라 허동구'로 바뀌었습니다. 허동구는 극중 제 아들의 이름입니다. 바뀐 제목이 저는 더 마음에 들더군요.
영화도 묵직하면서도 재미있게 나왔습니다. 우리 아들이 극장에서 보는 최초의 영화가 될 것입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다만 촬영을 해야 하는데 마침 영화 개봉이 같은 시기라서 조금 정신이 없을 듯 합니다. '즐거운 인생'촬영하랴 , '날아라 허동구' 홍보하랴 정신 없을 듯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둘 다 제 일이니 다 열심히 해야지요.
사는게 다 자기 맘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저의 영화 스케쥴에서 보듯이 약속한 작품 기다리다가, 다른 영화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둘 다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는 좀 그런 경향이 심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워낙 스케쥴을 일찍 빼 놓기 때문에(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오차가 생기곤 하지요. 왕의 남자도 1년을 기다린 작품이지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아! 이거 다음에 저거를 하고,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라고 생각 하는 따위는 부질 없는 짓이지요.
세상사를 최선의 경우로만 따지고 사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최선의 경우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오히려 최악의 경우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요.
그게 인생이지요.
여러분들 모두 가상속에 있는 최선의 경우를 놓고 지난일을 후회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가상속의 최선은 허구입니다. 여러분 앞에 있는 현실이 진짜이지요. 만일 아쉬운 일이 있더라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요. 최악의 경우가 아닌것이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