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이용우 교수의 글입니다. 현재 안식년으로 미국에 있습니다. 메일로 온 것을 전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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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많이 느낀다. 특히 아들 상화를 보면서 더욱 강하게 느낀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 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말씀은 듣지 않고 교과서 여백이나 공책 뒷장에 그림을 그려서 혼난 적도 많았다.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길에 다니는 자동차의 제조회사와 모델명을 정확히 맞추곤 하였다. 남자애들은 다 그러겠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자신은 앞으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 특히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와 아내는 아들에게 그림에 대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알지만 그런 재능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예술 방면은 학비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서 반대하였다. 더욱 한국에 자동차 회사가 몇 곳이나 된다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려고 하냐고 황당해 했다. 그 애는 한국이 아니라 외국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개발실에 취직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기가 차서 그 나라에도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왜 하필 외국인을 채용하겠냐고 반문하였다. 아무튼 아빠로서 상화가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려고 하는 것이 영 못 마땅하였다.
공부나 할 것이지 무슨... 그렇지만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타협안을 내 놓았다. 방학때 한 달간 미술학원에 다녀보고 힘들거나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 즉시 그만 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도 동의하였다. 학기 중에는 하루 4시간, 방학에는 하루 8시간이나 선 채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미와 재능이 없는 학생은 견디기 어렵다고 학원장이 귀띔해 주었다.
저녁 11시경에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가끔씩 어떻냐고 물어보면 “힘들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간다”고 하였다. “짜아식,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지.” 아빠 마음을 모르고 (넘겨짚었나?) 대답하는 그애가 얄미웠다. 그런데 한 달후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나 요즘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
부모의 전략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부모에게는 미술 세포가 없는데 어디서 그런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지... 미술과 붓글씨에 조예가 있으셨던 친할머니 유전자를 물려 받았나? 자식이 그토록 좋아하는데 부모로서 반대만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 뒤부터는 그가 미술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입장이 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번에 얼바인에 와서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미국의 자동차 디자인 메카로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센터들이 있는 도시라고 한다. 현재 벤츠, 볼보, 도요타, 마쓰다, 포드, 그리고 경주용차를 만드는 살린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센터나 스튜디오 혹은 지역 본부가 있고, 심지어 한국의 현대기아 자동차 디자인 및 기술 센터도 몇 년 전에 여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또한 한국 홍익에서도 이곳에 자동차 디자인 연구소와 특수 대학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 LA 근처 패서디나(Pasadena)에 위치한 아트 센터 컬리지(Art Center College of Design)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아들에게 이런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하나님께서 아빠 때문이 아니라 상화 때문에 우리 가정을 미국에 오게 한 것이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환경이 주어졌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딪히게 될 많은 난관을 극복할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 등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가 부모의 믿음이 아닌 자신의 믿음과 결단으로 자신의 인생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다음 주에 아트 센터 컬리지에서 여름 학기 프로그램으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마다 하는 디자인 강좌에 등록하러 패사디나에 상화와 다녀오려고 한다. 그런 기회가 자신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상화의 일을 통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을 세밀한 부분까지 인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짐언16:9)